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포항시 남구 R에 본점 및 S를, 광양시 T 등을 두어 상시 근로자 20,000여 명을 사용하여 철강제조업 등을 행하는 회사이고, 원고 A 등은 피고의 T 사내 협력업체들인 U(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라고 합니다)에 각 소속되어 철강제조과정에서 크레인 운전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자들로, 원고 A 등은 U와 각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들입니다. T는 제선 공정, 제강 공정, 연주 공정, 압연 공정을 모두 하는 일관제철법에 따른 제철공장으로 제1~3 열연공장, 제1~4 냉연 공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공정에는 모두 크레인이 설치되어 크레인 작업이 수행되고 있으며, 제선, 제강, 연주 공정의 크레인 작업과 압연 공정의 일부 크레인 작업은 피고의 직원이 담당하고 있고 이 사건 협력업체는 압연 공정 중 열연 공정과 냉연 공정에서의 크레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피고와 "T 제품구내조작 외주작업"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U 소속 근로자들은 T 내 1, 2 열연 공장과 1, 2 냉연 공장의 천정 크레인 운전 작업 및 조업 지원 부대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피고의 열연 및 냉연 공장 각 동에 설치된 크레인은 모두 천정크레인이라 하여 천정에 설치되어 있는데, 각 공장 내에 구획된 하나의 동에서만 작업이 가능하도록 설치되어 있고, 크레인은 크게 정정라인 크레인, 제품 크레인, 압연라인 크레인, 수처리 크레인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압연라인 크레인, 정정라인 크레인 및 제품 크레인은, 연결되어 있는 각 공정 간 코일 이동 동간 코일 이동, 공장 간 코일 이동, 제품 출하를 위한 코일 이동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고, 수처리 크레인은 제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처리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각 공정 간 코일 이동은 공정 전후에 코일을 이동시키는 작업으로 수입 작업, 보급 작업, 입고 작업 등이 있고, 각 동간 코일 이동은 대차를 통하여 코일이 이동되고 있어 대차 상하차 작업 등이 있으며, 공장 간 이동이나 제품 출하는 컨베이어, 팔레트, 코일카 등으로 이동되는 각 이동기구에 상, 하차하는 작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반제품 내지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 예를 들어 2 열연 공장의 경우 압연기를 조정하여 압연을 한 후 권취기를 통하여 코일 형태로 감는 주요 작업, 압연공정을 통해 생산된 코일을 움직이는 분기 컨베이어, 냉각 탱크, 대차 작업, 출고와 관련한 대차, 팔레트 작업 등은 모두 피고의 직원들이 담당하고,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코일 및 중량물을 상, 하차하거나 옮기는 작업(원고들이 하는 크레인 작업 포함)은 이 사건 협력업체를 포함한 피고의 협력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피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 사이의 계약은 ① 전자계약시스템 가입에 따른 전자상거래 약관 동의, ② 3년 주기의 기본계약 체결, ③ 1년 주기의 실시계약 체결(계약단가 명세서, 외주계약 일반약관 및 특별약관 첨부)의 절차로 체결됩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피고의 작업 사양서 등을 바탕으로 자신들 고유의 작업 표준서를 작성하여 원고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근무시간에 피고의 T 내에서 크레인 운전석에 탑승하여 크레인 운전석에 설치된 모니터에 나타난 작업지시(이하 '전산작업지시'라 한다)에 따라 현재 위치에 있는 철강제품을 들어 올리는 권상 작업과 다른 위치로 이송하여 제품을 내려놓은 권하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각 동(라인)마다 설치된 크레인 중 1,2호기는 피고의 정정라인 운영부서와 진행반 소속 직원들이, 3호기는 피고 회사 출하과 소속 직원들이 작업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1, 2호기 크레인의 경우에는 피고의 정정라인 운용 부서(진행반)가 생산된 제품의 고유번호에 따라 MES 시스템에 제품번호, 권상 위치, 권하 위치 등을 전산으로 입력하면 그 자료가 원고들의 크레인 운전석 모니터에 표시되고 원고들은 그에 따라 권상, 권하 작업을 수행하고 있고, 3호기 크레인의 경우에는 출하과의 작업지시에 따라 출하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전자 작업지시로 정형화하기 어려운 작업이나 돌발 상황에서는 피고의 직원이 이 사건 협력업체의 현장대리인에게 업무협조요청을 하고 그 협의를 통하여 위 현장대리인이 원고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은 크레인 운전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나타나는 제품 정보, 현재 위치, 이송 위치 등을 확인한 후 크레인을 조작하여 제품을 이송하는데, 작업 현황을 고려하여 위 정정 크레인 작업의 선후관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소속 근로자들을 각 공정에 따라 조를 나누어 배치하고, 각 조별로 반장을 정하였으며, 공정에 따라서 교대 조를 나누기로 하였고, 인사발령을 통하여 소속 근로자들의 배치를 변경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피고가 최적 생산체제를 편성함에 따라 협력 작업의 근무형태를 변경하면서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를 이에 맞추어 바꾸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독립적인 사업주체로 활동하면서 법인세 등 제반 세금을 납부하고 회계, 결산 등을 해왔으며, 직접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채용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산업안전교육과 직무교육을 실시하여 작업배치를 하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임금,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휴가, 조퇴, 외출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이 사건 협력업체의 관리자로부터 승인을 받아 왔고 이에 관하여 피고가 관여하지 않았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소속 직원들이 지각, 무단결근을 하거나 비위행위를 저지를 경우 직접 징계를 하였고,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사원을 모범사원으로 선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의 직원들은 이 사건 협력업체를 사용자로 하여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설립 신고증을 받았으며, 이 사건 협력업체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 I은 2009년 12월 31일 U으로부터 면직의 징계처분을 받고 U을 상대로 노동위원회 등에 각 구제신청을 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T 2 열연 공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정 크레인은 7대로 그중 4대는 무인화(자동화)로 작동되고 나머지 3대는 U 소속 근로자들에 의하여 운전되고 있으며, 피고 소속 직원이 근무하는 장소와 U 소속 직원이 근무하는 장소는 공간적으로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고, U 소속 직원들만이 크레인 작업을 수행하였고 피고 소속 직원이 크레인 작업을 수행하지는 아니하였습니다. 피고는 매년 수급업체에 관하여 작업품질, 안전 관리, 조직 안정 수준, 목표관리(MBO)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KPI 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당해 협력업체와의 차년도 계약 수준을 결정하는데 반영하고, 우수 협력업체와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개별적으로 활동 우수자로 선발하여 표창하기도 하였습니다. 원고 A은 Y 지회장의 지위에서 2004년 8월 19일 여수지방 노동사무소에 피고, 이 사건 협력업체가 구 파견법을 위반하였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여수지방 노동 사무소는 2004년 12월 30일 피고가 원도급자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실질적으로 이 사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는 곤란하고 이 사건 협력업체의 인사노무관리상 독립성이 있어 파견 근로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하여 '위반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 하였습니다.
2. 관련 법률 및 대법원 판례 법리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법률은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입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근로자파견, 근로자파견 사업, 파견 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 근로자파견계약에 관한 정의를 규정하고, 동법 제6조는 파견 기간에 관하여 원칙 1년, 연장 1년 범위 내에서, 총 파견 기간 2년을 인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6조의 2는 사용 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의무 고용하여야 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1) 원 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삼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 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삼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삼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 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 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삼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 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2) 구 파견법상의 직접 고용간주 규정은 사용 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파견 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위와 같은 법률관계의 성립이나 법적 효과 발생 후 파견 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그 효력 존속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사용 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 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 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 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 고용간주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3. 판례의 결론과 유의미한 교훈
대법원은 2022년 7월 28일 선고 2016다 40439 판결에서, 2심 법원이 이 사건 협력 작업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천장크레인 운전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는지에 대한 설시가 없는 점 등 일부 미흡한 점이 있으나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외주 즉 도급을 주어 행한 것이라는 입장에서 사안을 보고 있으나, 2심 법원(광주고등법원)에서는 크레인 운전석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피고의 정정라인 운용 부서(진행반)가 생산된 제품의 고유번호에 따라 MES 시스템에 제품번호, 권상 위치, 권하 위치 등을 전산으로 입력하면 그 자료가 나타나게 되는데, 그 전산작업지시에 따라 근로자들이 권상, 권하 작업을 수행한 사안이고, 피고가 천정 크레인 운전업무에 관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이 탑승할 크레인과 무인화로 운영할 크레인 등을 정함으로써 실제로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배치와 변경을 결정하여 왔다고 보았고, 피고가 전산관리 시스템(MES 시스템 등)을 통하여 조업 체계를 관리하는 방식이 정착되기 이전에는 피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통하여 크레인 운전업무를 담당하는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에게 작업 대상 및 작업순서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고, 전산관리 시스템을 통하여 조업 체계를 관리하는 방식이 정착된 이후에는 전산관리 시스템을 통하여 크레인 운전업무를 담당하는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작업 대상 및 작업순서 등에 관한 작업지시를 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그와 같은 전산관리 시스템을 통한 작업지시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통한 작업지시와 달리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개개 근로자에게 작업지시를 내린 것은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정보관리원(이른바 '현장대리인')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협력업체들이 그와 같은 정보관리원 내지 현장대리인을 두기 시작한 것은 원고들에 대한 고용 의제일 이후인 2009년 7월 경인 사실, 또한 이들의 역할은 운전실, 진행반 등 검사대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지시하는 내용을 그대로 협력업체 소속의 근로자들에게 무전기로 반복하여 전달하는 역할만을 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례는 전산관리 시스템을 통한 정보 전달이 업무상 지시로 인정된 판례여서 전산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조업체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으로써, 파견과 도급 간 차이의 핵심은 '직접 통제'인 점을 염두에 두셔서, 도급을 주시는 제조업체에서는 도급 개시 후 정보 전달의 깊이를 구체적 작업 방법까지 하게 될 경우 직접 통제로 비질 가능성이 있음을, 그리고 전달된 정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만 한다면 이 역시 지시 명령이 있는 것임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수급인 또는 파견업체가 현장대리인을 보내고, 그 현장대리인을 통하여 업무를 진행하여야 하겠고, 제조업체에서는 그 현장대리인에게 정보를 주는 것 이외에, 더 나아가 관여를 하게 되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으로 의제되는 것을 부담하여야 할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제조업체는 이 사건 협력업체의 현장대리인에 대한 교육을 깊게 하여, 어떤 제조공정인지 현장대리인이 잘 알 수 있도록 사전에 정보 전달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산관리 시스템(MES)을 통한 지시임에도 불구하고 파견근로자에게 고용자 지위를 인정한 사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