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소개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필수의료분야에서 학생 신분으로 의료 행위를 하던 전공의들이 정부 측의 의사 인원수 2,000명 증원이라는 정책 발표에 항의하여 해당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에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넘어갈 때 계약을 할 것이냐 여부가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나, 정부로서는 정부가 정책을 관철할 의지를 계속해서 보이며 의료 행위가 멈춰지게 될 경우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아 진료개시명령을 내린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일보 2024년 3월 5일 허정원, 양수민 기자가 발행한 "전공의 수사 속도... 검찰, 70억 토해낸 철도노조 판례 본다"라는 기사를 접하여, 해당 판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업무방해죄가 인정된 사례입니다. A는 한국철도공사 소속 기관사이자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으로, 2005년 9월 8일경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대표하여 철도공사 측(이하 사 측)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고 ‘적자 노선 폐지 반대 등 공공성 강화, 철도 구조조정 및 외주화 방침 철회, 온전한 주 5일제 시행을 위한 인력 충원, 해고자 67명 전원 복직,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무원 연금 불이익 보전' 등을 요구하며 40여 회에 걸쳐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사 측이 정부 정책 내지 경영권에 관한 사항 등을 이유로 현실적으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같은 해 11월 3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였습니다. 그 이후 A는 사 측에 노동쟁의 발생 통보, 전국 지부장 회의 및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 쟁의행위 찬반투표, 파업 결의, 쟁의복 착용하고 중식집회 및 주간 농성에 돌입할 것을 전 조합원들에게 하달, 간부들에게는 상황실과 농성장 설치를 지시, 준법투쟁 돌입, 임시열차 작업거부 및 승무원 휴일근무 거부, 머리띠 착용, 열차 전조등 가동 등을 지시, 임시열차와 전동차량에 대한 임시 검수 작업거부 등 파업에 대비한 기초적 준비를 진행하고, 총파업 돌입 일자를 3월 1일 01:00으로 확정함과 아울러 주간 농성과 소조별 순환 철야농성에 돌입 등을 지시하고, 사 측과의 최종 협상이 결렬되자 전국 5개 거점에서 노조 간부 및 노조원 12,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개최하고 총파업을 선언하였습니다. 이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5조에 의거 노동쟁의 중재회부 결정이 있어 필수공익사업장인 철도공사의 경우 중재 기간인 3월 15일까지 쟁의 행위가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A를 비롯한 노조 집행부는 전 조합원은 3월 1일 01:00을 기해 총파업에 돌입하고, 각종 유언비어 및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에 현혹되지 말고 총파업 대오를 유지하도록 조합원들에게 전파하고, 이어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 천명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주동자 체포영장 발부 등 사법처리 절차에 직면하자 전 조합원은 산개 투쟁을 지속하고 지역본부는 제2거점을 확보하여 파업을 지속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노조원 13,808명이 서울철도차량정비창 등 전국 641개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KTX 열차 329회, 새마을호 열차 283회 운행이 중단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등 4일간 합계 약 135억 원 상당의 재산적 피해를 발생시켜 위력으로써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의 여객, 화물 수송 업무 등을 방해하였다는 것이 사건의 내용입니다.
2. 관련 법률 및 대법원 판례 법리
관련 법률은 형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입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업무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허위사실의 유포,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를 규정하는데, 파업, 태업, 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며(형법 제314조 제1항),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고 하고, 쟁의행위로써 파업(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도,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대법원은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써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합니다.
3. 판례의 결론과 유의미한 교훈
대법원은 2011년 3월 17일 선고 2007도 482 전원 합의체 판결에서, A를 비롯한 노조 집행부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중재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돌입할 것을 지시하여, 조합원들이 전국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업무를 거부하여 철도 운행이 중단되도록 함으로써 사 측에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등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중재회부 보류결정의 경위 및 내용, 노동조합의 총파업 결의 이후에도 노사 간에 단체교섭이 계속 진행되다가 최종적으로 결렬된 직후 위 직권중재회부 결정이 내려진 점을 감안할 때, 사 측으로서는 노조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이 허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직권중재회부 시 쟁의행위 금지규정 등을 위반하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 할 것이고, 나아가 파업의 결과 수백 회에 이르는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 사 측의 사업 운영에 예기치 않은 중대한 손해를 끼친 사정들에 비추어, 위 파업은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세력으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에서 정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A에게 업무방해죄가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발생 중인 '사직'이 '누구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일지, 그리고 '사직'이 집단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전공의 개인들이 각자의 판단으로 한 것인지, 그리고 개인의 각자 판단에 따라 행동한 사직이라면 '파업'과 동일한 것인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파업은 근로계약을 유지한 상태에서, 근로를 이행하지 않는 것인 반면, 사직은 근로계약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근로를 강요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사 측에 해당하는 병원은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는 방식, 정부는 근로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파업은 부작위이기는 하나 집단에 의한 영향력으로 인하여 대법원에서는 이를 업무방해죄의 위력으로 평가하였는데, 근로계약이 유지된 상태에서 노조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을 한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개별적이고 자발적으로 제출한 것과 동일하게 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말이 정답이다'라는 관점은 일정 수준의 근거도 갖고 있어, 날 선 대립이 계속되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철도노조의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사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