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평택시 소재 병원의 운영자이고,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입니다. 원고는 2018년 6월 7일 요통, 근력저하로 인한 파행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의 척추센터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의 척추센터 의료진은 4일 후인 2018년 6월 11일 11:00경 원고에 대하여 추체 간 유합술, 후방 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실시하였습니다. 원고는 같은 날 18:30경 회복실로 옮겨졌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18:45경 원고가 자발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된 사실을 확인한 후 18:50경 뇌 CT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뇌경색 소견이 관찰되었습니다. 원고는 같은 날 19:30경 A 병원으로 전원 되었다가, 2주 후인 2018년 6월 25일 B 병원으로 전원 되었습니다. 원고는 뇌경색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로 모든 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고, 인지장애로 인하여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스스로 대소변 조절 및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원고는 이 사건 척추수술이 응급을 요하는 것이 아니었고 이 사건 수술 전에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혈전용해술을 받았어야 하였는데 피고 병원이 원고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고 뒤늦게야 뇌 CT를 시행하고 A 병원으로 전원 시키는 바람에 뇌경색의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으므로 피고 병원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로 인하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 및 합병증 발생의 가능성 등을 자세히 설명하여야 하였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주의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2. 관련 법률 및 대법원 판례 법리
대법원은 주의의무 위반에 대하여는 2심 법원과 같은 입장을 취하였으나, 설명 의무 위반에 관하여는 다른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과 관련된 법률은 의료법 제24조의 2 제1항, 제2항입니다. 의사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에는, 1) 진단명, 2)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과 내용, 3) 설명하는 의사 및 수술하는 의사의 성명, 4) 전형적인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환자 준수 사항 5가지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고,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사는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 행위를 할 경우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환자로 하여금 수술 등의 의료 행위에 응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특히 이와 같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 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환자가 의료 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 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만약,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 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 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환자가 의료 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의사의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이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는 의료 행위의 내용과 방법,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 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3. 판례의 결론과 유의미한 교훈
대법원은 2022년 1월 27일 선고 2021다 265010 판결에서, 원고가 2018년 6월 7일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고, 피고 병원의 내과 의사 C는 이 사건 수술일인 2018년 6월 11일 10:30경 경동맥 및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한 다음 원고의 보호자에게 원고가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하여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정을 설명하였다는 점, 40분 뒤인 11:10경 피고 병원의 마취과 의사 D는 이 사건 척추수술을 위한 마취를 시작하였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 수술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수술로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수술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가 침해된 것으로, 원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피고 병원 의사들에게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2심 법원의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함으로써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례는 수술에는 응급을 요하는 수술과 그렇지 않은 수술,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한 대처로서의 수술과 곧바로 발견되지는 않으나 검사 후 예상되는 위험성을 대처하기 위한 수술로 구분해 볼 수 있고, 의사들도 판단을 잘못할 수 있다는 점, 척추센터 입장에서는 척추 수술의 날짜를 지정해두었는데 수술 30분 전에 이루어진 검사 결과만으로 척추수술을 중단하는 결정을 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점, 이에 대하여는 환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예정된 수술을 하게 된다는 점, 척추센터와 내과 의사 간 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아무리 급해 보여도 뇌와 관련된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해줍니다. 따라서 외과적인 리스크와 내과적인 리스크 모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전공분야 간 소통을 원활히 해주어야 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시간적 여유를 두고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며, 환자로서는 의료진이 수술 진행 의사를 보인다 하더라도 뇌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도록 요구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의사의 설명과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 그리고 원고가 숙고를 거쳐 수술을 결정하는 것의 필요성에 관하여 소개해 드렸습니다.